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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정리] '살인의 추억' 이춘재 연쇄살인 범행으로 34년만에 수사 종료

1986년~1991년 화성·수원 일대에서 살인 14건, 강간 9건 확인
사이코패스 이춘재, 잘못한 기색없이 "욕구불만이라 범행"

 

 

 

 

【뉴스라이트 = 김정민 기자】 경찰이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이자 세계 100대 살인사건으로 꼽혔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를 1년 만에 공식 마무리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일 브리핑을 열고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57)는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도 화성, 수원, 충청북도 청주 등에서 총 14건의 살인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4건의 살인사건 중 그의 DNA가 검출된 사건은 총 5건이지만, 이춘재는 14건의 살인사건 모두에 대해 자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경찰은 조사 결과 이춘재가 뚜렷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수사 초기에는 이춘재가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언론과 타인에 관심을 받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내성적이었던 이춘재가 군 제대 이후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욕구불만을 느껴 연속적인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춘재는 작년 재수사가 시작된 후, 최초 접견시에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4차 접견 이후부터는 14건의 살인과 34건의 강간 범행을 스스로 자백했다.

 

경찰은 총 57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편성해 작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52회에 걸쳐 이춘재를 접견 조사를 했으나, 이 중 25건에 대해서는 이춘재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등 추가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30여 년간 교도소 내에서  '착한 코스프레'로 1급 모범수로 분류되었다는 이춘재.

 

지난해 7월 이른바 총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증거물 가운데 보관하고 있던 3건의 피해자 속옷에서 DNA가 검출됐다. 이렇게 채취한 DNA와 국과수의 데이터베이스 상에서 일치한 사람이 바로 이춘재였다.


그가 30년 넘게 베일에 가려져왔던 장기미제사건의 범인으로 드러나면서 전국민이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으나, 이춘재는 당시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춘재가 무기징역을 받은 1994년 충북 청주 처제 살인사건 역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범행 수법이 비슷했고, 연쇄살인사건에 앞서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연쇄 성폭행사건' 7건(화성시 태안읍 일대)도 범행 방식이 비슷해 수사본부는 이춘재와의 연관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에 착수했다.

 

강간 시 피해자 결박, 범행에 사용한 도구, 범행 중 한 말, 발생 장소 모두 화성살인사건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춘재의 소행임이 자백으로 드러났다.

 

당시 성폭행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인상착의가 화성살인사건 때 그려진 용의자 몽타주와 흡사하고, 공통적으로 범인이 165㎝ 정도의 키에 마르고 왜소한 체격인 20대 초중반이라고 기억했다.

 

이춘재는 주로 안개 낀 날과 소나기 오는 날,  눈이 내리는 날 등에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수법으로 피해자의 손발을 뒤로 결박할 때 주로 스타킹, 거들, 스커트 등을 벗겨 사용했다.

 

 

 

 

이춘재의 본적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으로, 이춘재는 이곳에서 태어나 결혼 후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몇차례 주소지를 바꿨을 뿐 화성 일대에서 계속 산 화성 토박이다.


당시 경찰은 화성사건 해결을 위해 총 205만여 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 화성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수상하다고 여겨지는 2만 1280명을 조사하고 4만 116명의 지문을 대조했음에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던 것은 경찰이 추정했던 범인의 혈액형이 이춘재의 것과 달라서 용의선상에서 빠졌다.

 

DNA 판독 결과 이춘재의 혈액형은 O형으로 밝혀졌지만, 화성사건 당시 경찰은 4, 5, 9, 10차 사건 범인의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판단하여 이춘재를 배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춘재의 1심·2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 그는 아내와 1992년 4월에 결혼했다. 10차 화성연쇄살인사건(1991년 4월)이 발생한 지 1년 뒤다.

 

당시 포크레인 기사였던 이춘재는 골재채취 회사에서 일하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이후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마땅한 생업을 잃자,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나가며 생계를 책임졌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춘재는 처가와는 ‘원만한 관계였다’고 한다.

 

고향인 경기 화성군에서도 농사를 짓던 아버지를 곧잘 도운 이춘재는 청주에서 벼농사를 하던 처가에도 자주 찾아가 일손을 거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집 안에선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아내는 물론, 두살배기 아들까지도 감금하고 폭행했다.

 

법원은 이춘재가 "내성적이지만 한 번 화가 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할 정도의 성격의 소유자"라고 판단했다.

 

아들을 방안에 가두고 마구 때려 멍들게 하고,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재떨이를 집어 던지고 무차별 폭행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아내는 1993년 12월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그는 가출한 아내에게 전화로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고 협박했다.

 

또 동서에게 "아내와 이혼은 하겠지만 쉽게 이혼하지 않겠다. 다른 남자와 다시는 결혼하지 못하도록 문신을 새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춘재와 처가의 관계는 이어졌다. 처제들이 반찬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춘재의 집에 자주 들렀고, 이춘재도 장모의 제사에 꼬박꼬박 참석했다고 한다.

 

이춘재의 ‘가면’은 그만큼 견고했다. 피해자인 처제(당시 21세) 역시 평소 이춘재를 믿고 따랐다고 한다. 1994년 1월 13일 오후 이춘재는 "토스트기를 가져가라"며 처제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이춘재는 처제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미리 준비해 마시게 했다. 하지만 처제가 수면제 효과가 나오기 전에 "친구와 교회를 가기로 약속했다"며 떠나려 하자, 갑자기 달려들어 성폭행했다.

 

성폭행 후 둔기로 내려쳐 살해한 뒤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와 처제의 옷, 처제와 아내의 스타킹 등으로 싸매고 묶어 유기했다.

 

이춘재는 범행을 저지르고 난 후 밤새워 집에 있던 증거물을 치웠다.

 

당시 현장을 감식했던 경찰 관계자는 "가까스로 화장실 문고리와 세탁기 밑 장판에서 검출한 피해자 혈흔이 아니었다면 이춘재의 혐의를 밝혀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완전 범죄’를 노렸다는 뜻이다.

 

이춘재를 조사했던 김시근 전 형사는 "이춘재는 범행 다음 날 장인어른을 찾아가 ‘도와드릴 일 없냐’고 한 것으로 안다"며 "딸을 죽여놓고 아버지한테 그렇게 굴 만큼 이춘재는 뻔뻔한 인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 전 형사는 "처가에서 딸이 퇴근 후 돌아오지 않으니까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는데, 이때 이춘재도 함께 갔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항소와 상고를 거듭한 이춘재는 법정에서도 끝까지 처제 성폭행·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수사 기관에서는 일부 범행을 자백하기도 했지만 계속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범행 하루 전인 1994년 1월 12일 오후 ‘집에 다녀가라’며 처제에게 전화한 사실이 통화 기록과 주변 증언 등을 통해 인정됐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춘재는 경찰에서 범행을 자백했다가 검찰에선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진술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다시 검찰에서 혐의를 인정한 이춘재는 법원에 가서는 "경찰관들이 고문하고 잠을 재우지 않아 견딜 수 없어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춘재의 이런 모습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춘재의 자기중심적인 성격과 철저한 이중성 때문에 연쇄살인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춘재가 이중적 ‘가면’을 쓴 사이코패스라는 뜻이다.


이춘재는 청주 사건 당시 끝까지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항소 이유 등에서 "피해자를 강간하고 살해한 뒤 그 사체를 유기한 사실이 없다"라고 주장했고 작년 재수사가 시작됐을 때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다 4차 접견 이후부터 14건의 살인과 34건의 강간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입증자료가 충분한 9건의 강간만 이춘재 범행으로 최종 확인했고, 나머지 25건은 이춘재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등 추가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춘재가 저지른 화성 '8차 사건'과 관련해서는 윤 모 씨(53)가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윤 씨를 구속영장 발부 없이 3일간 경찰서에 부당하게 구금하고 폭행해 허위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 및 담당 검사 등 8명을 직권남용, 감금 등 혐의로 입건했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된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또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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