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은 기자] 일본 여당 정치인들이 '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인양 비판하고, "미인계를 쓰는 여자들이 더 문제"라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식의 조롱하는 표현을 SNS에 올려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4일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전 문부과학상이 23일 강연에서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전 재무성 사무차관에게 성희롱을 당한 피해 여기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시모무라 전 문부과학상은 공적 자리에서 "숨긴 녹음기로 녹취한 것을 TV 방송국 직원(피해 여기자)이 주간지에 파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범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성희롱 사건으로 경질 당한 후쿠다 전 사무차관은 TV아사히의 여기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냐"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
TV아사히가 같은 방송국 기자인 피해 여성의 녹취를 듣고도 보도하지 않자, 이 여기자는 유력주간지 주간신조(週刊新潮)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신조의 보도 후 성희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TV아사히는 뒤늦게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사실을 보도하며 재무성을 비판했다.
시모무라 전 문부과학상의 발언은 이런 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치 피해 여기자가 금전적 이익을 위해 주간지에 녹취 음성 파일을 판매한 것처럼 왜곡하여 비난하여 문제가 된 것이다.
또한 재무성 사무차관의 성희롱 발언이 보도되자, 재무성 측에서는 도리어 제보한 여기자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같은 정부와 여당 의원들의 적반하장 태도에 대해 연구자, 변호사, 기자, 야당 의원 등 120여명의 미투 지지자들은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With You(피해자와 함께 한다)'라고 적힌 인쇄물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그제서야 아베 총리는 "매우 죄송하다"고 정부와 여당을 대신해 사과했고, 시모무라 전 문부과학상도 23일 밤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반성하지 않고 조롱 섞인 SNS를 올린 여당 정치인들의 파장이 만만치 않아, 아베정권의 지지율은 연이어 20%대로 추락하고 있다.